조리도구는 매일 손에 닿고 음식과 직접 맞닿기 때문에, 관리가 조금만 소홀해도 금방 닳거나 변색되고 냄새가 배기 쉽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때그때 설거지만 제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 보니 도마가 휘거나 프라이팬 코팅이 벗겨지고 주방 칼이 금방 무뎌져서 오히려 더 자주 교체해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세척 방식과 보관 습관을 조금씩 바꿔보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조리도구 하나하나의 수명이 확연히 늘어났습니다. 매일 쓰는 물건일수록 작은 관리 차이가 크게 쌓이는 만큼, 기본적인 원리만 이해해도 교체 주기가 훨씬 길어지며 위생적으로도 더 안정적입니다.
여기서는 실제로 사용해보면서 효과를 느꼈던 관리법들을 중심으로 조리도구별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조리도구별 올바른 세척 습관으로 수명 늘리기
프라이팬과 냄비는 대부분 세척 단계에서 수명이 갈립니다. 코팅팬은 음식을 볶은 직후 뜨거운 상태에서 찬물에 닿으면 내부 금속이 수축되면서 미세 균열이 생기기 쉽습니다. 저도 한때 급하게 식히려고 찬물을 붓곤 했는데, 그때마다 코팅이 금방 벗겨지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식힌 뒤 부드러운 스펀지로 닦아내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코팅팬은 금속 수세미만 피해도 수명이 2배 이상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스테인리스 냄비는 잔 스크래치가 있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음식물 색이 배거나 얼룩이 생기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이럴 때는 세제를 쓰기보다 따뜻한 물과 베이킹소다로 불린 뒤 부드럽게 문지르면 표면에 무리가 덜 갑니다. 반면 칼은 세척 후 물기가 남아 있으면 금방 녹이 생기거나 날이 무뎌집니다. 그래서 세척 후 바로 물기를 닦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칼날과 손잡이 사이 틈은 물이 고이기 쉬워 세심하게 말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도마는 재질에 따라 관리법이 다릅니다. 나무 도마는 세척 후 급하게 말리면 금이 가거나 뒤틀릴 수 있기 때문에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천천히 말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플라스틱 도마는 세척은 쉬우나 칼 자국 사이에 음식물 찌꺼기가 박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뜨거운 물을 부어 살균해주는 편이 좋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소독해줘도 냄새가 훨씬 덜 배는 것을 느꼈습니다.
실리콘 조리도구는 세척 자체는 쉬운 편이지만, 기름을 오래 접하면 색이 변하는 경우가 있어 따뜻한 물과 식초로 가볍게 담갔다 세척하면 원래 색을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조리도구 손잡이는 물기 제거가 소홀해 곰팡이가 생기는 경우가 있으므로, 세척 후 완전히 말리는 것이 필수입니다.
올바른 보관 방법으로 주방 도구 수명 극대화하기
조리도구의 수명은 보관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아무리 세척을 잘해도 물기가 남은 채 서랍 속에 넣어두면 금방 냄새가 나거나 곰팡이가 생깁니다. 저는 설거지 후 바로 넣는 습관 때문에 몇 번이나 실리콘 주걱과 나무 도마가 상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에는 ‘반드시 완전 건조 후 보관’이라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프라이팬은 겹쳐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팅끼리 닿으면 금방 손상이 생기기 때문에 사이에 종이 타월이나 천을 끼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냄비도 뚜껑을 덮은 채 보관하면 내부 습도가 올라가 냄새가 쉽게 배므로, 뚜껑을 약간 열어두거나 옆에 따로 보관하는 편이 위생적입니다. 칼은 서랍 속에 넣기보다 칼 블록이나 마그네틱 거치대를 활용하면 칼날이 서로 부딪히는 일을 막을 수 있어 날이 훨씬 오래 유지됩니다.
도마는 눕혀두면 수분이 아래쪽에 고이기 때문에 세워서 보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나무 도마는 특히 습기에 취약하므로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실리콘 조리도구는 가볍고 유연해 아무 데나 던져두기 쉽지만, 기름과 먼지가 쉽게 달라붙기 때문에 전용 용기나 걸이에 걸어두면 훨씬 청결하게 유지됩니다.
프라이팬은 가능하면 사용 빈도에 따라 정리해두는 것이 편합니다. 자주 쓰는 팬을 꺼내기 힘든 위치에 두면 매번 꺼낼 때 부딪혀 코팅 손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냄비는 서랍형 정리함보다는 오픈 선반이 훨씬 습도 관리에 유리하며, 특히 주방이 좁은 집에서는 냄비 아래에 작은 건조 패드를 깔아두면 수분 고임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작은 차이가 도구 수명을 몇 년씩 늘려줍니다.
마치며
주방 조리도구 관리는 거창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세척할 때의 물 온도, 건조 상태, 보관할 때의 습기 정도처럼 아주 사소한 부분만 신경 써도 도구의 수명이 크게 늘어납니다. 저 또한 한동안 조리도구 교체 비용이 꽤 자주 들었는데, 관리 루틴을 조금 바꾸고 난 뒤로는 프라이팬도 1년 이상 멀쩡하게 쓰고, 칼날도 훨씬 오래 유지되며, 도마에서도 냄새가 덜 나는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주방 위생은 결국 작은 습관의 결과입니다. 매일 조금씩만 신경 쓰면 도구도 오래가고, 요리할 때의 만족감도 훨씬 올라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