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소송 조정기일 및 변론기일 참석 후기

조정과 변론은 완전히 다른 긴장감이었다. 생애 첫 조정기일은 싱겁게 끝났는데, 바로 이어진 변론기일에서는 멘탈이 제대로 털렸다. 같은 날 대전지방법원에서 대전 빌라 물건 변론과 사천 토지 물건 조정을 동시에 경험했는데, 이 글에서는 그날 겪은 조정 절차와 변론 참관, 그리고 판사님의 신랄한 지적까지 정리해보려 한다.

같은 날, 같은 법원에서 조정과 변론이 겹쳤다

작년 소장을 처음 제출한 지 6개월 만에 드디어 법정에 출석했다. 10여 년 전 회사가 피고였던 사건을 구경한 적은 있지만, 이번엔 내가 당사자였다. 게다가 하루에 조정과 변론을 동시에 경험하게 됐다.

작년에 대전 빌라와 사천 토지를 낙찰받았는데, 각각 공유물분할(부당이득금 병합) 소송과 부당이득금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 둘 다 대전지방법원 사건인데 재판부는 달랐다. 대전 물건의 변론기일을 먼저 통보받았고, 보름 후 사천 물건의 조정기일을 통보받았는데 하필 같은 날이었다. 조정기일은 오전 10시, 변론기일은 11시였다.

조정 시간이 늘어져서 변론에 지각할까 걱정돼서 조정사건 담당자한테 물어봤더니, 조정은 보통 50분 안에 끝나니까 기일변경 없이 그냥 참석하는 게 낫겠다는 답을 들었다. 상대측이 조정에 응할 의사가 없어 보였기 때문에 괜히 조정기일 변경을 신청해서 상대측에 불참 근거를 더 얹어주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길어지면 조정위원한테 양해를 구할 계획이었다.

올해 초 다른 물건 잔금 납부하러 대전지방법원에 갈 일이 있어서, 이때 조정실과 법정 위치를 미리 확인했다. 대전지방법원은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내 두 사건은 본관 4층과 3층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4층에서 조정 끝내고 계단으로 3층 법정으로 내려가면 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중간에 길이 없어서 엘리베이터로 1층까지 내려가서 북측으로 이동, 보안검색대를 거쳐 다시 3층 남측 법정까지 걸어가야 했다. 10분 안에는 이동 가능했지만 은근히 긴장되는 동선이었다.

조정은 예상대로 상대측 불참으로 짧게 끝났다

사천 물건은 상대측과 연락이 안 돼서 소송을 시작한 케이스인데, 상대측이 변호사를 선임하는 바람에 스트레스가 제일 컸던 물건이다. 처음 상대측 변호사 문서를 받았을 때보다는 이제 멘탈이 많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오히려 상대측 변호사가 쓰는 문구와 논리, 전략을 배우는 중이다.

조정기일 보름 전에 상대측이 조정 불참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유는 이미 2건의 공유물분할 소송이 진행 중이고, 피고가 일용직 노동자라 일당과 여비 손실을 감수하면서 출석하기 힘들다는 거였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진까지 첨부했는데, 이 사진의 의도가 뭘지 궁금했다.

결국 상대측은 조정기일에 불참했고, 조정위원의 몇 가지 질문에 내가 대답하는 걸로 조정이 짧게 끝났다. 특수경매 입문 시절 읽었던 책에서는 조정위원 2명이 굿캅 배드캅처럼 움직이면서 드라마틱하게 조정을 끌어내는 사례가 나오는데, 내 첫 조정은 그렇게 싱겁게 끝날 줄은 몰랐다. 법원마다 조정 스타일이 천차만별이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게 기억났다.

조정위원은 젊은 변호사였다. 조정위원이 파악한 내용을 판사한테 보고하면 판사가 조정불성립이나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을 내린다고 한다. 조정위원 본인 의견은 없다고 했는데 왠지 곧이곧대로 믿기지는 않았다. 조정위원은 본안 사건 진행상황을 물어봤고, 상대측 불출석 사유 중 하나였던 공유물분할 소송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줬다. 진행 중인 공유물분할 소송 때문에 강제조정은 어렵다는 뉘앙스였다. 다음 날 아침 조정불성립 통보를 받았다. 이제 본안 사건이 재개되니 준비서면 초안이나 작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변론기일,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조정이 빨리 끝나서 변론까지 시간이 남아 40분 전부터 법정에 들어가 다른 사건들을 관찰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후에도 절반 정도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판사가 감정을 배제하고 법의 틀 안에서만 판단할 거라고 상상했었는데, 실제로 참관해보니 많이 달랐다. 담당 판사님은 50대 중후반쯤으로 보였는데 가벼운 농담도 하고 웃기도 하고 한숨도 쉬는 등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했다.

인상 깊었던 다른 사건들도 있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종중 대표 할아버지가 원고인 사건에서는 경위분이 옆에서 귀에 대고 내용을 전달했고, 판사님도 크고 또박또박 진행했다. 원룸 보증금을 떼인 20대 여성 사건에서는 판사님이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것까지 물어보며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교수와 지도학생 간의 위자료 청구 사건에서는 판사님이 비공개 진행 여부를 먼저 물어보고 정제된 언어를 쓰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내 사건에서 신랄하게 지적받은 부분

내 사건 차례에서 판사님은 낙찰가가 얼마냐고 물었고, 나는 2150만 원 정도라고 대답했다. 판사님은 이런 유형의 사건을 잘 아신다면서, 보통 이런 경우 피고측에 2900만 원에서 3900만 원 정도에 팔 생각으로 접근하는 투기꾼이라는 뉘앙스로 말씀하셨다. 피고측한테는 차라리 전체를 경매로 넘겨서 지분만큼 배당받은 돈으로 전셋집을 구해 모친을 이사시키라고 컨설팅까지 해주셨다. 판사님이 경매를 꽤 아시는 것 같았고, 내가 들어도 피고 입장에서는 그게 더 나은 선택 같았다.

부당이득금 청구는 책에서 배운 대로 감정가의 1%를 월임료로 청구했는데, 판사님은 이 부분도 지적하면서 둔산동에 아파트 사서 1%씩 월세 받으면 매달 몇천만 원씩 벌겠다는 식으로 신랄하게 까셨다. 그냥 청구금액이 과하니 임료감정을 받으라고 담백하게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이 사건도 상대측이 연락을 안 줘서 소송으로 간 케이스였는데, 이날 처음으로 피고와 대화할 수 있었다. 변론 후 법원 커피숍에서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소송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상대측 개인 사정도 있어서 자세한 내용은 적지 않으려 한다. 협상 카드는 아직 내 쪽에 있지만, 판사님의 컨설팅이 워낙 설득력 있었기 때문에 이미 협상 주도권은 상대측으로 넘어간 느낌이다.

치밀한 눈치 싸움을 기대했던 조정은 심심하게 끝났고, 사실관계만 명료하게 답하면 될 줄 알았던 변론에서는 멘탈이 제대로 흔들렸다. 생애 첫 변론기일 수업치고는 충격이 꽤 컸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정기일과 변론기일이 같은 날 겹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담당 재판부나 조정 담당자에게 일정을 미리 문의하시고, 조정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조정위원에게 사전 양해를 구해두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조정기일에 상대방이 불출석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조정위원이 출석한 당사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판사에게 보고하며, 이후 판사가 조정불성립 또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Q. 공유물분할 소송에서 부당이득금(월임료)은 어떻게 산정하나요? A. 감정가 대비 임료율을 임의로 적용하기보다는 정식 임료감정을 통해 산정하는 것이 재판부의 신뢰를 얻는 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Q. 대전지방법원 본관에서 조정실과 법정 간 이동은 얼마나 걸리나요? A. 건물 구조상 층간 직접 이동이 어려워 엘리베이터와 보안검색대를 거쳐야 하므로, 여유 있게 최소 10분 이상의 이동 시간을 확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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