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묘물건, 소위 묘지경매는 지료 청구 시점부터만 지료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배웠다. 작년에 지분으로 낙찰받은 분묘 임야 물건이 아직 졸업을 못 한 상태인데, 최근 공유자들과 연락이 닿으면서 예상 못 한 전개까지 겪었다. 이 글에서는 분묘 임장 노하우와 지료 청구권,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장 사건까지 정리해보려 한다.
분묘물건 임장,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작년 8월에 임야를 지분으로 낙찰받았다. 형식적으로는 임야지만, 이쪽에서는 분묘물건, 묘지경매로 통하는 물건이다. 토지 위에 분묘가 있어서 그 후손들을 대상으로 매각하는 게 일반적인 탈출 전략인 물건이다.
작년에 처음 특수경매를 공부하면서 분묘물건에도 관심이 많았다. 한여름에 정글 같은 산속을 헤매며 벌레에 많이 물렸고, 그러면서 나름의 임장 노하우가 생겼다. 예를 들어 여름 임장에서는 잡초가 많다고 방치된 분묘라고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된다. 여름엔 잡초가 무섭게 자라서 밀림처럼 보이지만 벌초는 일 년에 몇 번 안 하기 때문이다. 관리되는 분묘인지는 명절 전후로 벌초가 됐는지를 통해 파악하는 게 낫다.
분묘로 이동할 땐 사전에 동선을 파악해야 한다. 내비게이션으로 주소만 찍고 가면 산 반대편에 도착하는 일이 생긴다. 위성지도로 몇 년 치를 비교해보면 도보 이동 가능한 길이 보인다. 포장도로까지만 주차하고 걸어가는 게 낫다. 어설프게 비포장도로로 차를 몰았다간 차가 망가진다. 비석에 새겨진 한자 이름은 네이버 한자사전에 그려보면 읽을 수 있는데, 가끔 비석에 적힌 이름과 등기부상 실제 이름이 다른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하자 있는 분묘물건, 그래도 입찰한 이유
이렇게 노하우는 쌓았지만 정작 분묘물건은 딱 1건만 낙찰받아봤다. 감정가가 약 2420만 원인데 2명이 입찰해서 820만 원대에 낙찰받았다. 낙찰가율로 치면 34% 정도다. 요즘 묘지경매가 꽤 핫해서, 분묘 사진이 예쁘게 나오고 투자금이 작으면 감정가의 몇 배로 낙찰되고 입찰자도 10명을 훌쩍 넘긴다. 이런 물건은 소위 퍽 전략으로 낙찰받아서 대금미납 전략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다는데, 나는 겁이 많아서 그런 전략은 자신 없다.
내가 낙찰받은 물건은 분묘물건치고 하자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공유자가 11명 정도라 나중에 공유물분할(형식적경매)로 넘길 때 송달비용이랑 처리기간 면에서 불리하다. 일부 공유자는 나이가 많아서 돌아가셨을 가능성이 높아 상속대위등기도 예상해야 한다. 무엇보다 감정평가서와 현황조사 사진에 분묘가 찍히지 않았다. 임장 갔을 때도 분묘로 가는 길이 막혀 있어서 확인을 못 했고 입찰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그래도 입찰한 이유는 초보니까 송달이나 대위등기 경험도 쌓아보자는 마음이었고, 위성사진에서는 비석까지 확실히 보여서 과감히 입찰했다. 길이 막혀 있던 건 대나무 숲이라 사람이 안 다니는 길에 대나무가 금방 자라서였을 거라 추정했다.
입찰자는 2명이었고 2등과 8만 원 차이로 1등을 했다. 등기까지 마쳤지만 이후 작업은 계속 미뤘다. 딱히 이유는 없었고, 추석 지나고 하자는 식의 핑계로 미뤄왔다.
공유자우선매수 통지서와 뜻밖의 분묘 사진
그러던 중 다른 공유자 지분에 경매가 진행된다는 공유자우선매수 신청 통지서를 받았다. 그 공유자 지분에 압류가 설정된 건 알고 있었고, 오히려 나중에 공유물분할 소송에서 현물분할 불가 사유로 쓸 수 있겠다고 좋게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경매가 진행될 줄은 몰랐다. 이 사건을 핑계로 또 작업을 미뤘다.
올해 2월 홍성지원에 입찰 갔다가 서산지원으로 이동해서 그 공유자의 경매사건 기록을 열람했는데, 거기서 예쁘게 찍힌 분묘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용증명, 그리고 화기애애했던 통화
2월 말에 공유자 중 핵심 이해관계인으로 추정되는 소수한테 등기우편이 아닌 e그린우편으로 일반우편을 보냈다. 역시 연락은 없었다. 3월에 내용증명을 보냈더니 물건지 인근에 사는 2명이 수령한 게 확인됐다.
4월 초에 분묘 후손이자 공유자인 여성분한테서 전화가 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공인중개사분이었다. 통화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분묘 때문에 지료를 내야 할 수도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알려주면서도, 실제 내야 할 지료는 몇만 원 안 될 거라며 부담 갖지 말라고 했다. 실제로 전체 면적 대비 분묘가 차지하는 면적이 작긴 했다. 다른 공유자의 경매사건이랑 공유자우선매수신청에 대해서도 설명해줬고, 상대측 집안 사정도 좀 들었다. 45분쯤 통화했는데 끝날 때쯤 악의는 없어 보인다는 말도 들었다.
며칠 후 내용증명이 왔다. 핵심은 분묘 때문에 지료를 내는 건 부당하고 법원 판단에 맡기겠다는 내용이었다. 이건 굳이 안 보내도 되는 건데 형식적으로 보낸 것 같았다. 이번 기회에 분묘 지료청구 관련 대법원 판례랑 하급심 판례도 공부했는데, 분묘는 청구한 시점부터 지료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새로 알았다. 보통 법정지상권 물건은 소유권 취득 시점부터 지료 청구권이 생기는데, 분묘는 다르다. 소유권 취득 시점부터 소급해서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작업을 미룬 것도 있었는데, 이게 패착이었다. 서둘러 부당이득금 청구 소장을 작성하려던 참이었다.
갑작스러운 분묘 이장
그런데 4월 중하순에 공유자로 추정되는 남성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 결론적으로 분묘를 이장했다는 거였다. 분묘 6기를 이장하는데 각 480만 원씩 총 2880만 원이 들었다며 나한테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분묘로 딜을 해서 졸업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실제로 이장비를 청구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도 됐다. 무엇보다 내가 던진 작은 돌 때문에 누군가 수십 년 관리해온 조상의 묘를 이장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며칠 후 도착한 두 번째 내용증명 뒷장에는 이장하는 사진까지 첨부돼 있었다.
감정가 2420만 원짜리를 820만 원대에 낙찰받아서 1150만 원 정도에 매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앞으로는 예정된 다른 공유자의 경매사건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다. 그 경매사건 자료엔 분묘 사진이 잘 나와서, 누군가 그 사진만 보고 덥석 낙찰받는 건 아닐지 걱정도 된다. 공유자가 바뀐 뒤엔 그 낙찰자가 공유물분할청구를 진행하길 기다리거나, 반응이 없으면 내가 직접 소를 제기해서 졸업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34%에 낙찰받았으니 형식적경매로 넘겨도 큰 손해는 안 볼 것 같은데, 800만 원 넘는 투자금이 묶이면서 재산세도 내고 소송에 품도 팔아야 하는 게 불편하다.
이번에 분묘물건을 다루면서 배운 게 몇 가지 있다. 공유자가 손자뻘로 내려가면 분묘에 대한 애착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직접 매입한 세대는 애착이 크지만, 상속으로 물려받은 경우엔 굳이 자기 돈 써가며 제3자 지분을 사줄 이유가 적다. 분묘 지료는 청구 시점부터만 받을 수 있으니, 받을 생각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빨리 협상이나 소송을 진행하는 게 낫다. 그리고 분묘가 사라질 가능성까지 감안해서 낙찰받는 게 좋다. 낙찰가율은 낮추고, 분묘가 사라진 후에도 전망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인지, 인근 개발 가능성은 있는지도 같이 봐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자주 묻는 질문
Q. 분묘가 있는 토지는 지료를 언제부터 받을 수 있나요? A.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소유권 취득 시점이 아니라 지료를 청구한 시점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료를 받을 계획이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이나 소송을 진행하시는 것이 유리합니다.
Q. 분묘 임장 시 관리 여부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A. 여름철에는 잡초가 무성해도 방치된 분묘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명절 전후로 벌초가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관리 여부를 판단하는 데 더 정확한 방법입니다.
Q. 분묘물건에서 공유자가 손자 세대인 경우 협상이 유리한가요? A. 직접 토지를 매입한 세대에 비해 상속으로 물려받은 손자 세대는 분묘에 대한 애착이 상대적으로 낮아, 지분 매입 협상에서 소극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Q. 분묘가 이장되면 투자자에게 비용 청구가 가능한가요? A. 상대측이 이장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주장할 수는 있으나, 법적 근거와 책임 소재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르므로 전문가 상담을 통해 대응 방향을 검토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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